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는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며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핼러윈 축제라는 자발적 비공식 행사의 특성상, 책임소재와 안전 대책 부재가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광호 전 청장은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되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2024년 10월 17일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 법적 쟁점: 김광호 전 청장의 혐의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참사 전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은 업무 수행 중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법원의 무죄 판결 근거
(1) 위험 예측 가능성의 한계
법원은 김 전 청장이 사고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특정 주최자가 없는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행사였으며, 사전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찰 조직의 공식적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경찰청장이 대규모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2) 지휘 책임의 범위
서울경찰청장은 서울 지역 경찰 조직의 총괄 책임을 지는 직위로, 정책적 관리와 지휘를 맡고 있지만, 참사 당일 현장에 직접 개입하거나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책은 아니었습니다. 김 전 청장은 하위 조직에 현장 대응을 지시했으며, 그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3) 구조적 요인
재판부는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이 ▲좁은 골목 구조, ▲인파 급증, ▲주최자가 없는 비공식 행사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특정 개인의 책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김 전 청장의 행위와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4) "사후적 판단 금지" 원칙
법원은 참사 이후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 행위를 평가하는 "사후적 판단 금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김 전 청장이 인파 통제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 했는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책임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해야 하며, 결과론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었습니다.
3. 이태원 유가족들의 반발
무죄 판결 직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기만적인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참사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사법부가 유가족의 상처를 외면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판결은 법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결정이지만, 유가족들과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참사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 항소심과 정부의 피해자 지원,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의 실현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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