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상속재산 누락과 법적 책임(대법원 2019다29853 판례 해설)

법률 전문가 2025. 2. 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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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1026조 제3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한 후에도 일정한 행위를 하면 이를 단순승인으로 간주하는 법정단순승인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요.

특히,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면 한정승인의 효력이 사라지고 단순승인의 효과가 발생하여 상속인의 고유재산도 채권자가 집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사건을 보면, 피고가 상속재산목록에 적극재산을 기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법원이 단순승인으로 간주했는데, 대법원이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어요.

이 판례를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1. 사건번호 및 사건개요

(1) 사건번호

이 사건은 대법원 2019다29853 판결로, 원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2015나6250 사건으로 심리되었어요.

 

(2) 사건개요

갑의 상속인인 을과 병에게 상속세가 부과되었고, 이를 을이 모두 납부한 후 병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이후 병은 을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고, 병이 사망하자 그의 상속인인 정 등이 소송과 심판절차를 이어갔습니다.

정은 한정승인을 신고하면서 상속재산목록에 적극재산이 전혀 없다고 기재했어요. 그렇다면 정이 법정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2. 법정단순승인 사유로서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의 요건

(1) 상속재산 은닉과 상속채권자 사해 의사의 필요성

민법 제1026조 제3호에서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란 단순히 재산을 빠뜨린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을 일부러 숨겨 상속채권자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즉, 상속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기입하지 않아서 채권자가 이를 쉽게 알 수 없도록 해야 해당 조항이 적용됩니다.

 

(2) 입증책임의 소재

상속재산을 은닉하여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이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산목록에서 일부 자산이 빠졌다고 해서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 법원이 고려해야 할 사항

(1)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와 법적 안정성

민법은 상속인의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위해 포괄·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면서도, 상속인이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결정할 수 있도록 포기·한정승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어요. 

법원은 이러한 한정승인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법정단순승인 사유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상속재산분할절차와 한정승인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진행 중인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상속재산의 유무와 범위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따라서 상속인이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상속채권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3) 소송과 분쟁 상황 고려

상속 개시 당시 소송이 예상되거나 진행 중인 경우, 상속인은 재산을 목록에 포함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까 봐 기입을 보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곧바로 법정단순승인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및 원심 판결의 오류

(1) 피고의 재산목록 기재 누락과 원심의 판단

본 사건에서 피고는 한정승인신고를 하면서 상속재산목록에 적극재산이 없다고 기재했어요.

원심은 피고가 상속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기입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법리 오해로 판단했습니다.

 

(2)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적극재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목록에 포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서 피고가 패소한 부분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례는 민법 제1026조 제3호에서 말하는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가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법원이 이를 판단할 때에는 한정승인제도의 취지,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진행 여부, 소송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판결을 통해 상속재산 목록 기재의 누락만으로 법정단순승인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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