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디지털 유산 상속, 어디까지 가능한가?

가사 및 형사 법률 전문가 2025. 1. 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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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온라인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디지털 데이터, 즉 '디지털 유산'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한 부모의 휴대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계정 등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권리가 자녀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최근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서, 법적·사회적 해석과 디지털 권리의 경계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법적 쟁점, 국내외 사례, 그리고 향후 법적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겠습니다.

1. 디지털 유산 상속의 개념과 현행 법제

(1) 디지털 유산의 정의

디지털 유산은 사망자가 생전에 남긴 이메일, 소셜미디어 계정, 사진, 동영상, 클라우드 데이터, 디지털 지갑 등 온라인 상의 자산과 정보를 포함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유산과 달리 비물질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상속 및 접근 권한에 대한 법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계정 접근 권한은 플랫폼 사업자의 약관과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큽니다.

 

(2) 한국 법률상 디지털 유산 상속 현황

한국의 민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은 전통적 자산과 달리 플랫폼 서비스 약관이나 개인정보 보호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은 타인의 개인정보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상속인이 사망자의 디지털 계정에 접근하는 데 법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2. 주요 사례와 법적 쟁점

(1) 국내 사례: 휴대전화 잠금 해제 문제

최근 사망한 부모의 휴대전화를 아들이 열람하려다 통신사와 갈등을 겪은 사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및 서비스 약관의 제한으로 인해 유족이 직접 접근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으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이 단순히 유족의 권리 행사에 국한되지 않고, 제3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플랫폼 약관 준수 문제와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2) 해외사례: 독일과 미국의 판례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한 소녀가 사망한 어머니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법원은 디지털 유산도 물리적 유산과 마찬가지로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접근 권한을 상속인에게 명확히 규정한 '통합 디지털 자산 관리법'

(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이 채택된 일부 주에서만 상속권이 인정됩니다.

3. 법적·사회적 과제

(1) 디지털 유산 상속법 제정 필요성

현행법은 디지털 유산 상속을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의 정의와 상속인의 접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유산 상속법은 유족의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2) 유언장 작성과 사전 계획의 중요성

유언장을 통해 디지털 유산 상속 계획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망자가 생전에 자신의 계정 접근 권한과 데이터 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정한다면, 유족과 플랫폼 사업자 간의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유산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법적, 사회적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상속인의 접근 권한은 단순히 가족 간의 문제를 넘어,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약관, 법적 상속권 간의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유언장을 통한 사전 계획이 권장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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